[슬슬10월호] 맹꽁이 책방 - ‘십 년의 기억과 기록’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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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10월호] 맹꽁이 책방 - ‘십 년의 기억과 기록’ 전시회

기획경영팀 0 44

사라져 가는 가치와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지나온 십 년


 

맹꽁이가 부른다
맹꽁맹꽁, 맹꽁 맹꽁 글자로 가득 찬
한 장의 포스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10년의 흔적을 있는 그대로 거두고 엮어서
전시한다는 초대장에 이내 마음을 뺏겼다.


사실 마을 작은도서관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다. 그 어느 곳보다 일상적인 곳이다. 책과 사람이 가진 힘을 믿고 공간을 열어둔 그곳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시되는 걸까.

전시회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천장이 눈길을 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동화책 주인공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맹꽁이 책방을 꾸며주던 주인공들이 전시회장을 꾸며주고 있었다. 고개 들어 무슨 책 주인공이었나를 고민하며 하나하나 보고 있으니 살림지기(맹꽁이 책방 운영위원)가 다가와 “예쁘죠? 친구들이 그림책 보고 직접 그린 거에요. 우리 책방을 꾸밀 그림을 그리고 장식하다 보면 아이들도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답니다.”라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전시회장 벽면을 채운 종이가방엔 단 하나뿐인 ‘엄마의 그림책' 속 장면이 가득하다. 감탄을 자아내고 있으니 “여기 엄마들이 그린 거예요. 따로 배우는 과정 없이 그냥 그려 본 거죠.”라며 이시경 맹꽁이 책방 대표는 “맹꽁이 책방에서는 이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그냥 생긴 대로.”




책방을 시작하는 처음 ‘맹꽁이 책방은 사라져 가는 가치와 관계를 소중히 합니다’라는 뜻을 세우고 가치를 정했다. 사람 관계의 회복에 중점을 두고 오랜 시간 느리지만 바르게 진행하려고 노력해왔다.


번지수대로 나란히 누운 4권의 책도 세대 간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정을 잇는 노력 중 하나이다. 하상동 노인정의 주소가 적힌 표지에는 여러 어르신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페이지마다 아이들이 노인정에 가서 할머니들 사진을 찍어 그린 애정 어린 그림과 인터뷰가 들어있다.


“할머님들이 우리 책방에 오는 걸 너무 좋아하세요. ‘책방에 갔더니 나를 그려놨어, 애들이.’라는 말씀 하시면서요.” 책방 자원봉사자 이금미씨 말대로 도서관 문턱을 넘는 어르신에게 자신의 모습이 벽에 걸려있다면 이 공간 또한 애정 가득한 눈길로 바라봐질 것 같다.



10주년 기념으로 전시하는 책들은 백십 여 권.

한쪽 편에선 데이터베이스 작업이 한창이다. 갑자기 터지는 웃음소리에 슬쩍 보니 <2011년 맹꽁이 일기>라는 책 한 권으로 살림지기들의 이야기꽃이 피었다. “여기 여기 여기! 준범이도 있고, 이때 잘 생겼었네.”, “우리 신랑이랑 우리 딸이야.”, “이거 진짜 웃겼어, 준비할 때.”, “우리 쌍둥이들, 이제 대학생인데. 진짜 엊그제 같다.”, “이거 지민이 글씨 아냐? 맞네, 맞아. 저 집 딸내미, 지금 고2지?”


십년이라는 세월은 사뿐사뿐 뛰어다니던 꼬맹이들이 친구가 되고 성장해 청소년에서 대학생으로, 이젠 어엿한 성인이 되는 시간이다.


이 책은 보셨냐며 이시경 대표는 <청년 지수>라는 책 한 권을 가지고 왔다. 책방 앞에서 책방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던 스물한 살의 지수는 이제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지수가 조금씩 그리고 간 그림과 글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전시할 줄 알았으면 더 많이 모을걸.”이라며 이 대표는 아쉬워했지만 7년의 세월이 담긴 책은 꽤 두툼하다.


“저는 커서 맹꽁이 책방에 와서 내가 운영할 거예요,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이 마을로 돌아오는 거죠. 그렇게 배우고, 얻고, 다시 베푸는 순환관계에 우린 서 있는 거죠. 그 고리 안에 있다 보면 어린 친구들이 이 책방을 이어가겠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을 전시해 놓은 나무의자들이 독특해 쓰윽 만져보니 이 대표가 “십 년 동안 쓰다 보니 책상이나 의자가 쪼개져요. 그것들을 버리지 않고 다시 살려낸 거죠.”라고 말한다. 

 

“<마을 잔치>라는 책 한 권에는 맹꽁이 책방을 꾸려온 마음들이 다 들어 있어요.”라고 말하는 살림지기들은 “공동체에서 상업적이고 소비적인 것을 배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쓰레기를 줄이고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직접 하다 보니 우리도 같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뜻을 세우고 맞추니 다되더라고요.”라고 확고히 말한다.


맹꽁이 책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푸른 하늘과 맑은 물입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1년 동안 전시회를 준비했고, 앞으로 큰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분들도 환경을 생각하고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맹꽁이 책방의 활동은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생각해보고 시작을 준비한다. 다음 세대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자는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다. 물론 합의도 실천도 쉽지 않지만, 그 과정을 즐기고 이뤄낼 수 있다는 경험을 축적하며 이어간다. “익숙함을 벗어나면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빈곤을 넘으면 창의적이거든요. 길이 생기고 기적이 생겨요” 이 대표도 살림지기들도 함박만 하게 웃으며 말한다.

실외라고 할 수 있는 맹꽁이 책방은 미세먼지야 말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입 모아 얘기한다. 10월부터 5월까지 미세먼지 예보에 귀 기울이며 점점 문을 닫는 날이 늘어간다.


“아마 맹꽁이 책방은 지금까지처럼 현재를 아카이빙 하는 곳으로 바뀔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이대표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진하게 묻어난다.


10년 동안 일어난 일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만은, “1년 동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산처럼 고마운 사람이 많았어요. 갈수록 고마운 사람이 많아지는구나 라는 걸 많이 느껴요.”라고 말하는 살림지기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힘들 때마다 사람으로부터 힘을 얻고, 기적 같은 순간들이 일어나는 맹꽁이 책방. 책장에 가득 꽂힌 책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도 쓰이 고 있다. 어떤 이야기가 다시 10년 후 우리에게 찾아올지 벌써 기대된다.

김윤경 기자 uniquey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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