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11월호] 건강은 건강한 관계로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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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11월호] 건강은 건강한 관계로 지킨다

기획경영팀 0 53

 

 

건강은 건강한 관계로 지킨다

건강마을 주제로 7년째 마을활동, 은행 푸르지오 4차 건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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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건강한 관계로 지킨다.] 이렇게 멋진 슬로건을 내건 마을이 있다. 은행동 신도심 아파트 숲 사이에서 건강한 관계망을 구축하려는 은행동 대우 푸르지오 4차 아파트이다. 2014년 희망마을만들기를 시작으로 소소한 공동체 활동을 지속하다 아파트 내 빈 공간을 찾아 작은도서관을 만들었다. 올해 7년차, 마을 사람들이 으쌰으쌰해서 잘 이뤄질 때도, 부침이 있기도 했지만 여전히 ‘건강’을 주제로 마을활동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평생학습 마을학교로 지정되어 코디네이터도 배치했다.

꿈과 생각과 마음이 자란다는 자람터 도서관을 방문했다. 2016년 개관식 이후 3년 만이다. 박민화 자람터 도서관 대표는 1년에 한번씩 개최하는 마을축제를 마치고 뒷정리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인터뷰 중간중간 전화가 걸려와 제출해야 할 서류, 결제, 물품 반납 등의 통화가 이어졌다.




건강한 관계망 속에서 비롯되는 몸과 마음의 건강

은행동 푸르지오 건강마을은 2014년 ‘건강마을’을 주제로 시흥시 희망마을만들기에 참여했다. 특이한 점은 건강을 ‘관계’와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건강마을하면 흔히 떠올리는 식습관 개선, 운동 등의 강좌와 더불어 이웃간의 관계에도 중점을 뒀다. 그래서 나온 슬로건이 ‘건강은 건강한 관계로 지킨다’이다. 건강한 관계망 속에서 비롯되는 몸과 마음의 건강, 더 나아가 건강한 지역사회를 꿈꿨다.

“처음에는 마을에 몇 사람이 만나서 모여서 알고 지내다 이렇게 시간 보내지 말고 우리도 뭔가 해보자고 해서 시작한게 건강마을이었어요”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보니 매번 빠지지 않는 주제가 건강이었다. 가족의 건강, 남편 건강, 애들 건강 하다보니 건강마을이 됐다. 그러면서 주변에 한사람, 한사람 참여시키면서 20여 명이 마을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건강한 식재료로 김밥 만들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등 소소한 모임이었다. 장소도 없어 관리사무소의 회의실을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관리사무소 3층이 비어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원래 헬스장이었는데 참여자가 적어 운동기구들이 다 빠져 있는 상태였다.

비어있는 공간을 마을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작은도서관을 조성하기로 했다. 도서관 이름도 마을사람들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했다. 심사위원에는 은행동 동장, 관리소장, 입주자대표회장 등 대내외로 불러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했다.


“그때 자람터라는 이름이 두 사람에게서 나왔어요. 그래서 공동수상으로 정하고 상품도 공동으로 나갔어요.” 박민화 대표가 말했다.



도서관 조성 이후 활발한 마을 활동

공간이 마련된 이후 마을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요가, 탁구, 기타, 웰빙댄스 등 운동을 위한 강좌를 열었다. 특히 저녁 시간에 운영되는 요가는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사람이 모였다. 요가는 지금도 제일 인기많은 강좌이다.

도서관에 아이들이 많이 오는 특성상 아이들을 위한 강좌도 열었다. 영어, 요리 등이다. 특히 아이들 강좌는 마을 안에서 강사를 구했다. 육아를 위해 잠시 쉬고 있는 여성들이 기꺼이 재능을 나눠줬다. 탁구도 인기가 많아 올해 초 도서관 옆 건물에 탁구대를 들여놓고 탁구실을 만들었다. 탁구는 지금도 꾸준히 인기가 많다.



 

가끔씩 특강을 열기도 했는데, 지난해 김장담그기

도 인기가 좋았다. 박민화 대표는 “요즘 젊은 엄마들은 몰라서 못하는게 김장이잖아요. 배추 한포기 쪼개서 소금에 절이는 것부터 양념까지 다같이 하니 다들 재미있어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인기가 많은 강좌들은 선착순으로 정원을 제한하기도 할 정도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만 공간이나 예산의 한계로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면이다.

이렇게 1년을 보내고 나면 가을에는 축제를 연다. 기타 동아리와 아이들이 공연을 하고 도서관 운영진들은 먹거리를 준비하고 마을사람들은 아나바다 장터를 연다. 이날은 아파트 단지가 북적북적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때론 속상하기도 하지만...

처음 희망마을만들기를 하고 7년이 지났다. 현재 도서관 자원봉사자는 18명이다. 2명씩 조를 짜서 평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도서관을 운영한다.

처음에 같이 시작했던 20여 명의 사람들 중 일부는 이사를 가거나 취업을 나가 지금은 5명이 남았다. 처음 시작할 때 건강한 관계와 건강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기대와 포부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가장 속상했을 때는 따복의 공간개선 지원금이 한순간 다른 마을로 갔을 때였다. 박민화 대표는 그때를 떠올리며 “서류를 내고 면접 심사도 잘 봤어요. 우리 마을이 거의 확정됐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어느순간 다른 마을로 갔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때가 2016년 작은도서관을 조성할 때였다. 때마침 중앙도서관의 지원을 받아 공간을 개선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말을들었을 땐 마을 활동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또다른 하나는 마을 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올해 초 아동보육과에서 공모한 방과후 돌봄 사업을 받았지만 사람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마을에서 방과후 초등 돌봄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문제는 상근인력비가 책정되지 않았다. 강사비와 재료비, 간식비만 쓸 수 있었다. 누군가는 책임지고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비용이 없으니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평생학습 마을학교로 지정되면 코디네이터 인건비가 지원되니 조금만 참고 사업을 추진해 보자고 설득했지만 ‘마을 활동’이라기보다 ‘일자리’로 여긴 사람들은 인건비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다. 그리고 올해는 유난히 마을사업들의 예산지원이 늦어졌다. 시에서는 참가자들의 자부담으로 상근비를 마련하는 것도 안된다고 했다.


“나도 자원봉사로 마을일을 하는 건데 인건비에대한 확답을 달라는 말이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밤새도록 고민하다가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었어요. 하다가 포기하느니 차라리 다른 마을이라도 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빨리 접는게 낫겠다 싶었어요.” 박민화 대표는 속상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사실 그 사람들의 논리가 맞죠. 일한만큼 돈을 받는 것이 맞는 건데, 마을일은 또 그게 안되니까.”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마을 사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수익은 나지 않고 봉사로 이뤄지는 마을 활동, 그러다보니 공모사업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그 사이에 점점 지쳐가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여기서 뭔가 나오는게 있으니 저러고 있겠지 생각해요. 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이상한 거에요.”


업무에 치이고 사람들에게 상처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슬럼프도 따라온다. 마을일을 하면서 느꼈던 보람과 뿌듯함도 어느 순간 소진되고 고갈된다.

희망마을만들기 3년 이후 4년차에 들면서 지원을 받지 않았다. 평생학습과의 배움터 사업으로 소정의 운영비와 아파트 자체적으로 매달 30만원을 지원받으며 운영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은 건강한 관계망을 만들어 왔던 은행동 푸르지오 건강마을의 힘일 것이다.




민정례 기자 suguk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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